반짇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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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폭풍우가 저를 향해 밀려왔습니다. 대체 제정신이냐. 동물들의 죽음에 자네 자신이 책임이 있다는 걸 아느냐 모르느냐."

직장 동료들과의 크리스마스 회식 자리에서 주인공은 단지 거위 다리를 주문했다는 이유, 고기를 먹으려 한다는 이유만으로 삽시간에 대역죄인으로 전락해 비난의 포화를 맞는다.

유행과 사회적인 대세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온 그는 얼떨결에 동료들에게 "오늘까지만 고기를 먹고 앞으로는 채식하기로 했다"고 선언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독일 작가 야콥 하인(54)의 장편소설 '소시지와 광기'(원제 'Wurst Und Wahn')는 가까운 미래 채식이 주류가 되고 육식이 금기시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채식이 단지 일시적인 유행일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채식을 시작하는데, 정신을 잃었다가 엉뚱한 곳에서 깨어나는 등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그런 그에게 '육수맛내기69'라는 수상한 별명의 사람이 접근해 "채식주의자들의 거대한 카르텔을 와해하고 사람들을 다시 육식의 길로 이끌자"고 제안한다. 반짇고리

책은 상반된 입장을 가진 채식주의자 진영과 육식주의자 진영 모두 상대를 존중하기보다 극단적으로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한다.

채식주의자들은 고기 먹는 사람을 야만인처럼 취급하고, 육식을 되살리자고 주장하는 '육수맛내기69'는 채식이 온 세상을 망치고 있다며 음모론을 편다.

육식을 끊은 주인공이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 또한 과장되게 묘사돼 있어 독자의 실소를 자아낸다. 그는 고기를 끊은 뒤 나무 위 비둘기나 길을 걷는 강아지, 고양이를 보면서 고기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진종일 부부가 함께 제과업을 하던 어느 봄날, 통유리로만 내다보는 봄을 상상으로나마 내 안에서 일탈해보고 싶었다. 남편이 만일, 며칠 동안 출장을 다녀온다면…, 아니 작가의 권한으로 상상 속에 아예 출장을 멀리 보내버렸다.

떨어져 있는 동안, 빛바랜 현실의 의식부터 숏커트로 확 날려버리고 이때부터 시 속에, 라일락, 샤워, 돌미나리, 물푸레나무, 살아, 푸른 물이 감도는 싱싱한 단어들을 내 앞에 자르르 불러 모았다.

마지막 행의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뜨려오면 어떡하지 난" 이 구절에 '봄'의 상징성을 부여해 부재중의 기다림에서 오는 반가운 여심(女心)을 혼자 설레며 야릇한 심상으로, 내숭을 솔직하게, 당돌하게 묘사했다.

이처럼 원치 않게 채식의 길에 들어선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비록 올바른 의도에서 비롯된 일일지라도 타인에게 강요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작가 야콥 하인은 주인공이 경찰관에게 취조받으며 자기가 겪은 일을 독백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이 작품은 분량이 짧은 데다 주인공의 단순한 성격을 반영한 쉬운 문장 덕에 가독성이 높다.

작가는 채식주의자이지만, 독일에 채식주의를 광적으로 옹호하는

소아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소설, 동화, 각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나의 첫번째 티셔츠', '옌젠 씨, 하차하다' 등의 소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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